나만 불안한가요?

Q. 누군가와 대화할 때 갑자기 가슴이 답답하거나 어지러운 느낌이 든 적이 있어요. 증상이 일정 기간 지속돼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기도 했고요. 불안 장애일까요?
A.
흔히 ‘불안 장애’, ‘공황 장애’라고 하면 특정한 심리 상태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적 증상으로는 식은 땀이 나고, 늘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을 주로 떠올리죠. 불안 장애로 치통, 피부염, 감기, 위장 질환, 신체의 마비 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을 상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스트레스가 신체에 악영향을 준다는 상식을 알면서도 막상 감기나 복통, 피부 트러블이 있을 때 그것이 불안 장애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안 장애가 수많은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도 밝혀지고 있습니다. 불안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계속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이는 면역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평소에 취약했던 신체 부분들이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걱정으로 항상 예민한 상태에 있는 것도 불안 장애의 큰 특징입니다. 이런 신체적, 정신적 증상으로 일상적으로 하던 일에 대해 두려움이 생기고 그것이 또 다른 걱정으로 이어지면서 우리의 삶이 위협받게 됩니다. 이유 없이 자주 아프거나 지속적인 불안이 계속돼 일상 생활이 어려워지고 대인관계마저 기피한다면 불안 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몸은 신체적 외상을 입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조건반사적으로 ‘투쟁 도주 반응(fight-or-flight response)’을 일으킵니다. 생존 본능 때문입니다. 만약 산길을 가다 곰과 마주치게 되면 우리는 어떤 반응을 할까요? 곰과 맞서 싸우든지 줄행랑을 치든지 거의 빛의 속도로 빠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우리의 몸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이런 다급한 상황에서도 재빠르게 대비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어요. 눈으로 곰을 보자마자 즉시 뇌로 신호가 가고, 뇌는 바로 보호 모드로 전환됩니다. 코티솔, 아드레날린도 평소보다 2.5배 이상 분비됩니다. 동공이 커지고 장 운동이 멈춰 소화가 느려지게 되며 지방과 포도당이 분비돼 위험 상황에서 빠르게 도망갈 수 있게 몸이 대응합니다.

Q.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압박이 불안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나요?
A. 대부분의 직장인이 불안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실적 압박, 고된 업무 강도, 상사나 동료들 간의 관계 속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정신력이 강한 것처럼 보였던 사람들조차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간혹 목격합니다. 이렇듯 불안 장애의 원인은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우선 특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의 불안한 마음 뒤에 어떠한 이유들이 있는지 문제의 원인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경우 몸이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불안이 교통 사고 후 나타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약 9개 월 동안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며 꾸준히 치료했습니다. 교통 사고가 나에게 어떤 시그널을 보냈는지에 대한 의미를 돌아보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었죠. 그 사건이 계기가 되어 제 몸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불안이 몸에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거나 피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히려 그럴 때마다 자신을 달래고 위로해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불안의 원인, 스트레스와 불안의 정도, 심리 상태에 따라 치료 기간이 다를 수 있으니 초조해하지 말고 꾸준한 관리와 상담으로 건강한 삶을 되찾기 바랍니다.

Q. 증상이 어느 정도일 때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까요? 불안 장애를 방치하면 어떤 증상까지 생길 수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A.
누구나 불안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느끼며 삽니다. 새로운 환경이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나타나는 정상적인 반응이죠. 다만 불안의 빈도와 강도가 일상에 얼마나 지장을 주는지를 관찰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하는 내담자 A(여성, 20대 )는 많은 발표를 요하는 수업 과정 때문에 몹시 힘겨워했습니다. 발표를 앞두면 밀려오는 불안감 때문에 며칠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학습 능력마저 떨어진 상태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녀가 특히 참기 힘든 부분은 발표를 시작하면 입 주위가 떨리고 얼굴 근육이 일그러지는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발표 내용도 생각나지 않고, 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 되고, 심장이 뛰어 쓰러질 것 같다고 했죠.
이런 증상이 심해지더니 직장생활이나 대인관계도 힘들어져서 가급적이면 사람 만나는 자리도 피한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불안 속에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을 이상하게 평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발표로 시작된 두려움이 그녀의 일상을 서서히 지배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상을 뒤흔들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이 생기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불안 장애를 오랜 시간 방치하게 되면 강박증, 공황 장애까지 이어지고 건강까지 해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 빠른 시간 안에 전문가와 치료를 시작할 것을 권합니다.

Q. 현재는 불안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어요. 1년 넘게 한 요가가 도움이 된 것일까요? 일상에서 불안 장애를 완화할 수 있는 실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A.
먼저 규칙적인 운동은 불안과 스트레스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하루에 5분만 유산소 운동을 해도 불안 장애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요가는 경직된 근육을 풀어줄 뿐 아니라 교감신경을 안정시켜주고 불안감을 없애줍니다.
둘째, 일상에서 손쉽게 불안감을 완화할 수 있는 호흡법도 있습니다. 불안한 순간에 눈으로 네모를 그려보세요. 한 획씩 그을 때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내뱉기를 반복해 보세요. 이 때 주의할 점은 오롯이 좋은 공기만 내 안에 들어오고 나쁜 공기는 몸 밖으로 나간다는 것에 집중하며 호흡하는 것입니다.
셋째,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효과적인 근육이완법이 있습니다. 매일 밤 자기 전에 하면 숙면을 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온몸에 힘을 주었다 풀었다 하며 긴장된 전신 근육을 풀어주는 방법인데요. 정수리부터 시작해서 이마, 눈썹, 코, 입, 얼굴, 목, 쇄골, 가슴, 어깨, 팔, 손, 손가락 순으로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온몸 구석구석을 지나 발가락까지 내려가며 힘을 주었다 풀기를 10초씩 반복합니다. 근육 풀기 운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여기에 있는 지금의 나(Here & now)’에 집중하며 몸과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거예요.
마지막으로 필요할 때마다 휴식을 취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적절한 취미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관리함으로써 불안 장애를 예방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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